어서오세요, 스타벅스입니다


또 역작을 남겨 준 스콴. 고마워!

어쩌다 스타벅스

주변 친구들은 알겠지만, 난 스타벅스를 정말 좋아한다. 고등학교 2학년, 처음 가입해 골드 레벨을 단 후, 지금까지 입사 전까지 매년 백 만원 이상을 소비하는 이른바 ‘충성 고객’이었다. 매 시즌 모으던 카드들과 매번 챙겨 마시던 시즌 음료, 대도시로 여행 가면 챙겨 마시던 리저브 음료까지. 그러던 내가 스타벅스에 입사하게 되었다.

시작

스타벅스에 들어오게 된 이야기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사랑하던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마침 2023년 9월 가천대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어느새 학교에는 파트너 모집 공고 현수막이 걸렸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았지만, 1학기가 끝날 쯤 생각이 바뀌었다. 마침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고, 중계방송 보조보다는 안정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스타벅스의 일원이 되기로 마음먹은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어느 저녁, 신세계 채용에서 간단한 자기 소개서와 지원서를 쓰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오후, 부재 중 전화와 함께 문자가 왔다.

당시 DM, 브라이언의 문자. 어라라, 이렇게 빨리?

빠르게 면접 일정을 잡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신흥역점으로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면접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인적사항과 과거 근무 이력에 대해 여쭤보셨고, 적절히 대답했다. 가천대 발령 전 근무지는 그냥 여긴 어떻냐고 하셨고, 수긍하면서 그렇게 신흥역으로 결정이 되었다. 당시 난 홍콩과 미국 여행을 앞둔 상태였는데, 없는 연차를 당겨 쓸 수는 없으니 모두 다녀온 뒤인 09월 04일이 입사일로 정해졌다.

친구들과 부모님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그럴 줄 알았으니 잘 해보라는 반응이 다수였고,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서비스직과 요식업에 대한 걱정이 뒤를 이었다. 그렇게 많은 응원과 걱정을 품에 안고, 9월 4일, 난 스타벅스코리아에 바리스타로 입사했다.

스타벅스 생활

신흥역

입사 첫 날은 본사 교육일이었다. 지금은 또 이틀로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하루 본사 교육 후, 매장에서 나머지 모든 것을 습득하는 방식이었다. 시청역 주변의 아카데미에서 이루어진 교육은 재미있었다. 대기업의 신입교육 답게 체계적이었고, 실습이 다수였다. 스타벅스의 에센셜과 문화. 시스템을 처음으로 목도하는 기회였고, 기대감을 더욱 불러 일으키는 시간이었다.

매장 첫 출근날, 길고 긴 법정교육 후 CS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들었고, 이후 한 달 간은 CS를 주로 몸에 익히며 간간히 POS에 서서 고객을 응대했다. 다가오는 11월(로 미뤄진) 가천대점 오픈을 위해 빠르게 이루어진 나의 교육은 한 달 차가 지날 무렵 BAR에 들어가는 것으로 이어졌고 입사 두 달 차이자 발령 직전인 11월 초에는 바마감까지 이루어졌다.

가천대학교

11월 13일은 가천대점 오픈 3일 전이자, 오픈 멤버(점장님 제외)들의 발령일이었다. 3일의 시간동안 돌아가며 하루씩 쉬어 가며, 우리는 아직 파트너의 손이 닿지 않은 매장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오픈을 준비했고, 대망의 오픈일이 다가왔다.

오픈 후 한 달 간은 정말 공포의 기간이었다. 어마어마한 일매출과 함께 끊이지 않는 손님들로 붐볐고, 지금보다 몇 명 적은 9명의 인원으로 이 정도의 매출을 감당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처음으로 파트너들끼리 스몰 토크를 시작한 것이 기말고사 다음 날일 정도였으니, 짐작이 가리라. 그렇지만 적은 인원으로 다함께 고생하다 보니 서로의 관계는 끈끈해졌고, 가천대점은 하나가 되었다.

길고 상대적으로 편했던 겨울방학이 끝이 나고, 나의 4학년과 함께 드디어 가천대점의 첫 봄이 찾아왔다. 다행히 인원도 몇 명 더 데려왔고, 이제는 손때가 많이 묻은 매장도 어느새 버디(단골)이 된 고객들과 함께 개강을 알렸다. 물론 1학기도 지난 학기와 같이 붐볐지만, 이제는 중간중간 서비스와 스몰 토크를 제공할 정도는 감당이 되었고, 나 또한 많이 성장해 있었다.

성남모란삼성

1학기가 끝날 즈음, 난 성남모란삼성점으로 두 달 반동안 발령을 떠나게 되었다. 기존 가천대의 젊고 유한 고객들을 보다 온 나에게 모란의 상황은 너무나 힘들었다. 다소 까다로운 모란의 고객들과 함께, 난 많은 것을 배웠다. 처음으로 진행해 본 커피 세미나와 더불어 더욱 고차원적으로 고객 서비스에 접근하게 되었고, 예기치 못한 상황들과 함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게 되었다. 결국 두 달동안 성남모란삼성점에서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던 까닭은 이해심 깊은 사랑하는 파트너들과 따끔하지만 따뜻한 피드백으로 얻은 성장이었다. 그렇게 두 달 반을 지내고, 난 가천대로 돌아왔다.

마치며

지난 1년, 스타벅스가 나에게 미친 영향은 명백하다. 먼저 사람을 대하는 것에 많이 성숙해졌다. 정이 너무나도 많은 나의 마음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조금은 더 알게 되었고, 기존과는 조금 다른 나의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사회생활도 어느정도 더 배우게 되었다. 기존의 학교와 프리랜서의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상사의 지시에 따르되 의견을 내는 회사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습득하고 있다.

너무나 사랑하는 나의 첫 직장, 스타벅스. 사랑하는 파트너들과 함께 세계인의 아침을 열 내일을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