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절필, 그리고 새로운 시작



나의 플레이리스트. 들으면서 읽어보시라!

시작하며

지난 1년은 나에게도, 내 주변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많은 인간관계와 새로운 사회생활, 4학년, 그리고 말하지 못할 일들까지. 힘들고 또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전부터 그 바쁨에 익숙해져 난 글과 멀어졌다. 아니, 글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야심차게 만들어 놓은 나만의 페이지부터, 간간히 쓰곤 했던 짧은 마음들, 신문 읽기, 그리고 너무나 좋아하던 독서까지. 문자와 글의 아름다움을 잊고 가혹한 사회의 바람에 이리저리 날려다닐 뿐이었다.

얼마 전, 소중한 Y가 직접 쓴 좋은 글들을 보여 주었고, 난 보답으로 책으로 만들어 주었다. 오랜만에 다시 잡은 인디자인과 일러스트, 그리고 출판까지 많은 시간을 글과 부대끼며 보내니, 마음 속 저 구석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던 텍스트에 대한 사랑이 다행히도 조금이나마 다시 돌아옴을 느꼈다. 그렇게 난 다시 방 한 구석 기숙사 입사할 때 가져온 박스 깊은 곳에 있던 책 몇 권을 다시 잡아들었다.


<파견자들>
김초엽

어느 날씨 좋은 오후, 바람 솔솔 맞으며 오랜만에 잡아 든 멋진 소설. 읽어보고 참 좋아서 선물로 J에게 주었다.


나의 텍스트는 나 그 자체를 보여준다. 조그마한 마음부터, 거칠지만 투명한 성격, 그 중에도 어떻게든 장점만을 보고 격려해주려는 감정, 사랑까지. 때로는 부족하고 때로는 멋진 내 자신을. 그렇기에 난 계속 읽고 쓰려 한다.

지나간 시간들

지난 1년의 밀린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한다. 2023년의 여름, 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새롭게 가 본 홍콩, 미국. 그리고 새로운 사회, 스타벅스. 내가 걸어온 1년의 몇 가지를 엿보시라.

중경삼림의 도시, 처음 가 본 홍콩은 너무나 흥미로운 도시였다.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아주 색다른. 홍콩을 배경으로 한 수많은 미디어가 홍콩을 선택한 이유가 짧은 시간에 이해되는 곳이다. 긴 이야기가 있지만 그건 차차 풀어보기로 하고, 이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인 홍콩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걸 세 가지만 꼽으라 하면 냄새와 난개발, 역사를 꼽겠다.

미국

미국,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미국이란 나라에 익숙하다. 온갖 종류의 미국 브랜드들과 함께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간다. 어려서 처음 접하는 외국어는 대체로 미국식 영어이고, 미디어 또한 미국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그런 전설 속의 유니콘 같던 미국에 간다는 생각에 난 떠나기 전, 홍콩에 있을 때부터 설레임을 감출 수 없었다(이는 겨울에도 한 번 더 반복된다). 감사하게도 M이 마련해 준 델타 버디패스 스탠바이 Itinerary를 갖고, 인천공항에서 기다린 끝에 내 이름이 불리고, 떠나게 되었다.

스타벅스

세계인의 아침을 여는 스타벅스. 일 년에 거의 백 만원을 쓰던 충실한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가천대에 생긴다는 소식에 마침 돈 들어올 구멍을 찾던 난 약 3주 동안의 고민 끝에 지원하게 되었다. 홍콩 가기 직전, 당시 DM과 면접을 보고, 미국을 다녀와 9월 4일자로 입사하기로 협의를 마쳤다. 신흥역에서 시작된 나의 스타벅스는 가천대를 거쳐 지금은 잠시 성남모란삼성에서 고객들에게 더욱 좋은 스타벅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시작한 바리스타가 지금은 커피매스터, 바리스타 트레이너, 바리스타 스킬 업까지 모두 취득하고, 분기별로 PDA를 하며 끈끈한 우리 파트너들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거름이 되고 있다. 물론, 미약하지만 나름 대기업이라 든든한 복지와 얼마 전 L이랑 보고 온 KBO 올스타전 스카이박스는 덤이다!

그리고 사람

1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더욱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물론 개인적인 어려움으로 많은 신세를 지기도 했고, 스무살이 된 이후로 처음으로 펑펑 울어도 보았다. 이 모든 건 내 주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애정어린 마음 때문일지라. 여전히 애인은 찾지 못했지만, 조금 더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여기까지 찾아온 내 친구들, 사랑해!

지금

어쩌면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조차 혹자는 무언가에 대한 결핍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지금 나는 글을 쓰며 행복한 걸! 이 글은 한 달 정도는 계속 수정할 계획이다. 가끔 마침 시간이 비었는데 내 생각이 난다면, 나에게 연락도 해 보고 이 글도 다시 한 번 찾아보면 어떨까?